퍼포먼스와 ROI의 역설: P&G 디지털 마케팅 예산 5,000억원 삭감의 의미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와 ROI의 역설

디지털 마케팅은 ROI가 높고 퍼포먼스가 좋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에이전시가 ROI와 퍼포먼스를 KPI로, 또 장점(USP)로 삼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고주들은 이런 프로토콜에 맞춰 예산을 배분하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글로벌 광고계의 큰 손이자 마케팅의 첨병인 P&G가 지난 여름 실적 발표와 함께 광고 업계에 큰 변동을 예고하는 내용을 공개합니다. P&G는 2017년 2분기에만 디지털 마케팅 예산 약 1,500억원 정도를 삭감했지만 매출은 그대로였고 이익은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만 마케팅에 3조원 가까이, 세계적으로 8조원 정도를 지출하는 P&G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마케팅 담당자들이 큰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다음은 P&G CFO가 실적발표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 분기 마케팅 지출 삭감은 대부분 디지털에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이런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의 디지털 광고는 사람 대신 봇을 위한 것이거나, 브랜드 자산과 관계 없는 곳에 걸려 있었습니다.

“In the fourth quarter, the reduction in marketing that occurred was almost all in the digital space. And what it reflected was a choice to cut spending from a digital standpoint where it was ineffective: where either we were serving bots as opposed to human beings, or where the placement of ads was not facilitating the equity of our brands.”

충격적인 주장의 연속입니다. 문장을 하나씩 떼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디지털 마케팅은 효과가 떨어진다.
  • 우리는 봇에게 광고를 하고 있었다.
  • 디지털 마케팅이 브랜드 자산에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디지털 마케팅의 ROI와 퍼포먼스에 대해 하는 가정과 정 반대입니다. 그리고 1년에 마케팅 예산 8조를 쓰는 회사의 CFO가 밑도 끝도 없이 이러 말을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심지어 P&G는 앞으로 이러한 원칙을 계속 유지할 전망입니다.

P&G의 마케팅 예산 삭감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광고와 마케팅 업계의 행태에 경각심을 일으키는 사건이지만, 이미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연초에 5년간 2조 이상의 마케팅 예산 삭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관련성

그토록 확고히 믿어왔던 퍼포먼스와 ROI는 생각보다 탄탄한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P&G의 규모, 경험, 기업으로서의 능력을 신뢰한다면, 캠페인 단위의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중시와 ROI 측정은 그럴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P&G 발표 내용을 한 층 더 파고 들면 관련성 (Relevance)라는 키워드가 나옵니다. 즉 ‘디지털 마케팅의 관련성 (Relevance) 이 낮기 때문에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입니다. 미국의 다른 기업들 및 국내 기업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면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마케팅과 콘텐츠의 관련성을 높이는 것뿐입니다.

콘텐츠 쓰레기의 양산

우리는 어느 때보다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배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이전에 비해 콘텐츠의 양은 수백 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주의력이나 정보처리능력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입니다.

달리 말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는 좋게 말해 그냥 버려집니다. 정확히 말해 쓰레기가 됩니다. 마케터로서, 콘텐츠 제작자로서 우리는 항상 쓰레기를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볼까요? 많은 브랜드가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무난한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만큼 무난한 결과를 얻습니다. 돈과 인력이 있다면 광고비를 써서 그럴듯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업계에 만연한 이런 관습은 P&G의 사례에서 보듯 자충수가 될 것입니다.

훌륭한 콘텐츠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조언을 찾아봐도 관련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나타납니다. 내용의 절반 이상은 “오디언스 Relevance를 키워라”라는 간단한 말로 요약됩니다. 나중에 훌륭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나 글을 보게 되면 한 번 시험해보세요(그리고 이런 내용이 없다면 신뢰도를 의심해보세요).

콘텐츠 관련성을 높이는 법: 오디언스의 문제에 집중하기

그렇다면 관련성 있는 콘텐츠는 어떤 콘텐츠를 말할까요? 고객 혹은 오디언스의 문제를 건드리고 해결을 돕는 콘텐츠입니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삶의 상당 부분을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데 씁니다.

문제는 니즈나 욕망이라고 바꿔서 생각해도 됩니다. 우리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건강해지는 것.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삶의 공간을 더 살기 좋게 바꾸는 것 등 수많은 문제를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열정과 시간을 쏟습니다.

기업의 마케팅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마케팅 콘텐츠는 고객의 문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야 하며, 이것이 곧 관련성입니다. 콘텐츠가 관련성을 갖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을 해 보면 됩니다. “이것이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구체적이고 좁을수록 좋습니다. 인생의 큰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해줄 답은 대개 종교나 철학에서 제시합니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훨씬 작은 문제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여러분이 제작하는 마케팅 콘텐츠는 어떤가요? 오디언스와의 관련성이 어느정도로 높은지 단번에 대답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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