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 제대로 알고 적절히 사용하기

그로스 해킹 = 성장 비법 이라는 신화(myth)

그로스 해킹. 단어부터 솔깃한 말입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2000년 이후 생겨나 고속성장을 이룬 회사들은 모두 그로스 해킹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영자와 마케터 모두 그로스 해킹에 관심이 큽니다. 그러나 그로스 해킹으로 성장한다는 말은 신화 입니다. 우리 말에서 신화는 좋은 의미로도 많이 쓰이지만 서구 언어에서 신화(myth)는 헛된 환상이나 신기루 와 비슷한 의미가 더 강합니다. 롤랑 바르트는 Mythologies(신화학) 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인위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형성되었지만 자연스럽고 당연시 되는 것들 을 신화 라고 말합니다. 그로스 해킹도 이런 신화의 하나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매출 xx% 올리는 법 같은 광고가 많이 보이는 것도 그로스 해킹 신화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의 경우 그로스 해킹에 신경 쓸 시간에 제품/서비스와 마케팅 전략/프로세스에 집중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왜 그로스 해킹은 이렇게 각광을 받게 된 것일까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

글로벌 유니콘 기업* 들이 그로스 해킹을 이용했다고 해서 그로스 해킹 ‘만으로’ 성공했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들이 경우에 따라 그로스 해킹 을 이용한 맥락이 있으며, 이 맥락들은 대부분 매우 특수합니다. 게다가 그로스 해킹을 이용하고 성공하고 크게 성장한 몇몇 기업과 함께, 그로스 해킹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도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망한 수만 개의 기업이 있다는 사실도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생존 편향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로스 해킹 자체가 진짜 성장을 해킹하는 방법일 확률은 극히 낮아집니다.

*유니콘 스타트업 또한 현재 창업과 기업 경영에 만연해 있는 신화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소위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 대부분은 투자와 부채에 의존하여 연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유니콘 기업에 대한 환상이 이런 현상을 더 조장하고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유니콘은 말 그대로 유니콘입니다. 소문만 들었지 실제 세상에 없는 동물입니다.

그로스 해킹의 실제 형태

그로스 해킹의 사전적 정의는 ‘마케팅 깔때기(펀넬), 제품 개발, 판매 등의 사업 영역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 최적화하는 방식을 찾고 적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나 검색엔진의 허점이나 작은 틈새를 찾아 퍼포먼스를 내는’ 정도로 이해하고 사용합니다. 밸러스트아이앤씨의 (잠재)고객 중에도 그로스 해킹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사전적 의미보다는 후자를 의도합니다. 그리고 많은 ‘퍼포먼스 마케팅’ 업체들은 이러한 그로스 해킹에 강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통용되는 의미로 그로스 해킹을 성공적으로 적용했을 때 성과는 어떨까요? 분명히 성과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퍼포먼스 마케팅 업체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에 의존한 사업의 성과는 아래와 같은 모습을 띱니다.

그로스 해킹에만 의존했을 때 시간에 따른 성과

모든 의존적 약물(i.e.마약, 중독물질)이나 좋은 미봉책들이 우리의 몸이나 어떤 일에 주는 영향도 같은 모습입니다.

점점 좁아지는 그로스 해킹의 문

통상적인 의미의 그로스 해킹은 구매과정이나 마케팅 플랫폼의 빈틈(때로는 오류)을 찾아 남들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여러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이런 빈 틈을 찾아 그 효과를 누리려고 하면 어떨까요? 당연히 경쟁이 늘어나는만큼 효과가 작아집니다. 어떤 그로스 해킹 방식들은 편법이나 꼼수에 가깝기 때문에 서비스 플랫폼이나 검색엔진에서 금방 차단합니다. 아니면 사회적, 법적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그로스 해킹 방식은 사용자 데이터를 함부로 쓰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그로스 해킹 : 적절히 잘 쓰는 방법

위에서 그로스 해킹 위주의 마케팅 방식의 위험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로스 해킹이 항상 소용 없고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고객의 구매 과정에 따라 마케팅 프로세스가 제대로 잘 갖춰져 있고 작동하는 경우, 일부 구매과정에서의 상황 변화로 인해 전체 성과가 떨어질 때 입니다. 이럴 때 문제점을 찾아 제대로 그로스 해킹의 방식을 적용하면 그로스 해킹은 정말 좋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계에 비유해보면, 기계 전체에 문제가 있을 때 임시방편을 쓰는 것과 작은 한 부분의 문제로 기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차이입니다.

  1. 다른 마케팅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로스 해킹을 모든 것의 해결책으로 삼는 방법.
  2. 반면 탄탄한 기반에서 일시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그로스 해킹이지만 용도와 맥락에 따라 차이는 큽니다.

고객 이해 > 마케팅 프로세스 정립 > 그로스 해킹(최적화)

그로스 해킹은 그 효과와 역할에 비해 고평가 되어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사실 마케팅에서 (측정과) 최적화 를 할 때 당연히 하게 되는 일입니다. 전체 비즈니스와 마케팅 프로세스의 일부일뿐입니다. 그로스 해킹은 고객 이해에 바탕을 두고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부산물입니다.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그로스 해킹이 부각되며 주객이 전도된 형태가 되었지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경영자나 마케터는 대부분의 경우 그로스 해킹에 신경을 쓸수록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게 됩니다. 그로스 해킹에 뛰어들기 전 ’이것이 지금 꼭 필요한 일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와 팀, 사내에 던져보세요. 그리고 충분히 “그렇다” 라는 결론이 나면 제대로 문제점을 찾아 고쳐보세요. 진정한 그로스 해킹의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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