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 시장성 > 확장성

시장성과 확장성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지속과 성장을 위한 활동입니다. 그래서 사업을 위해 하는 많은 활동이 마케팅과 겹치기도 합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마케팅 이라는 광범위한 활동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고 있지만, 사실 이 세 가지 차원은 균일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콘텐츠마케팅과 나머지 두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좋습니다. 크게 성장한 비즈니스의 요소를 두 가지로 나눠보면 시장성(product-market fit)과 확장성(scaleability)이 있습니다. 이 둘이 모두 지속적으로 강한 사업은 아주 드뭅니다. 누구나 아는 큰 회사들이 대체로 여기에 속합니다. 시장성과 확장성 중 무엇이 우선일까요? 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품-시장의 적합성 이 우선입니다. 훌륭한 제품, 훌륭한 서비스는 광고 없이도 어느정도 수준까지 성장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 어느정도 성장한 형태를 확장하여 적용하는 일이 광고와 이벤트 등의 마케팅입니다.

우선순위 - 시장성, 인게이지먼트, 콘텐츠 마케팅

제품-시장의 적합성은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고객 이해와 인게이지먼트와 관련이 깊습니다. 그리고 고객 이해와 인게이지먼트가 가장 중요한 영역이 콘텐츠 마케팅입니다. 따라서 마케팅 중에서도 광고 영역에 집중해서 사업을 성장하게 하겠다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이런 방식이 성공하는 경우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 원래 제품-시장 적합성이 좋은데 처음부터 광고에도 많이 투자해서 잘 된 경우. 둘째, 광고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쉽게 성장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 여기서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는 더 제품-시장 적합성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년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유통과 광고를 많이 해서 판단을 위한 시간을 조금은 단축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변수는 아닙니다. 요즘과 같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1-2년을 지켜보고 기다릴만한 여건을 가진 회사는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규모가 작거나 생긴지 얼마 안 된 회사는 2년 내에 돈이 떨어지고 구성원들이 지쳐가거나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금을 유치하여 연명하며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초의 시장에서 달라집니다(물론 이것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 경우를 피벗 이라고 합니다). 크고 영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는 전체적인 수익률, 성장, 다른 제품이나 사업과의 관계, 경쟁 상황에 따라 제품을 단종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개는 이렇게 단종하는 것이 좋은 판단이지만, 근시안적이고 매너리즘에 기인한 관점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플라이휠

플라이휠의 개념

위대한 기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서 유명한 짐 콜린스는 플라이휠 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플라이휠은 어떤 기계장치가 돌아가기 위한 핵심 메커니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플라이휠의 개념에 깔려 있는 전제는, 잘 돌아가는 장치에는 기본적이고 작동 오류 확률이 적은 핵심 메커니즘과 프로세스가 있는 것처럼, 잘 되는 기업이나 마케팅에도 플라이휠이 있다는 것입니다.

짐 콜린스가 설명하는 플라이휠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And what the Amazon people did, kind of in a more simplistic form, and I’ll just grab it here, essentially they had this reinforcing loop. If you lower prices on more offerings, well, then you almost can’t help but go down to the next step in the flywheel. Picture a circle going around to increase customer visits. And if you increase customer visits, well, then you almost can’t help but get more third-party sellers. And if you get more third-party sellers, well, then you almost can’t help but expand the store and expand distribution. And if you do that, you can’t help but grow revenues for fixed costs. And if you do that, you can’t help but be able to lower prices on more offerings, which is going to attract more customer visits, which is going to attract third-party sellers, which is going to expand the store and extend distribution, and you can eventually buy Whole Foods and all the other stuff. You’re going to grow revenues for fixed costs and then, boom, lower prices on more stuff, etc., etc. (출처: https://tim.blog/2019/02/18/jim-collins/)

아마존 사람들이 한 것은, 조금 단순하게 말하면, 이런 선순환구조를 가진 것입니다. 더 많은 상품을 싸게 팔면, 자연히 플라이휠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동그라미 위에 표현해보면, 그 다음 단계는 고객 방문 증가입니다. 그리고 고객 방문을 늘리면, 자연히 입점업체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입점업체가 많아지면 스토어와 유통 규모가 커집니다. 그러면 자연히 매출이 늘지만 비용은 그대로가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더 많은 제품을 더 싸게 팔 수 있고, 그러면 고객이 더 늘어나고, 그러면 입점업체가 더 많아지고, 그러면 스토어와 유통 규모가 더 커지고… 결국에는 홀푸즈도 사고 엄청나게 많은 인수합병도 하게 됩니다. 비용은 고정된 상태에서 매출을 늘리면, 가격은 낮아지고 물건은 많아지고…이런 과정이 반복됩니다.

저는 짐콜린스의 말을 전부 믿진 않지만(정확히 말하면 좋은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이휠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유용합니다.

플라이휠의 단점

이 플라이휠의 문제는, 플라이휠은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미 성공한 플라이휠을 분석하는 것이 실제로 만들기보다 훨씬 쉽습니다. 그 이유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입니다. 남이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놓은 플라이휠을 보면 저 과정들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워보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속에서 그 과정에 따라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규명하기도 어렵고, 실행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과정 속에서 만들다 만 플라이휠들에 대한 이야기는 발견 훨씬 힘듭니다.

마케팅에서 플라이휠의 활용

플라이휠의 경우의 수

마케팅에서도 플라이휠은 만들기 어렵습니다. 조직마다, 제품과 서비스마다 적합한 마케팅의 기본 원리와 프로세스는 다릅니다. 마케팅 프로세스가 10가지 라고 한다면, 각 프로세스마다의 선택가능한 경우의 수는 최소 3-4개, 보통은 10개 입니다. 그런데 이 10가지 프로세스도 다시 여러 세부 프로세스로 나뉩니다. 경우의 수는 바로 몇억 가지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을 앞서 이야기해온 세 가지 차원에 다 적용한다면 조직에서 만들고 실천하는 마케팅 원칙과 프로세스(플라이휠)은 우리가 우주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확률만큼이나 낮은 확률에서 나온 것입니다.

많은 경우의 수, 적은 원칙

다행인 것은, 플라이훨을 구성하는 기본 뼈대는 요약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뼈대를 잘 이해하고 적용하면 실패확률이 높은 경우의 수들이 많이 걸러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마케팅의 작동원리에 대한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지요.

마케팅의 작동원리

기본

마케팅의 기본 작동원리

  1. 발견
  2. 제작
  3. 배포
  4. 전환(인게이지먼트)
  5. 분석
  6. 발견

이전 글들에서 언급한 어떤 차원이건, 이 프로세스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위 프로세스는 성장의 두 요소인 시장성과 확장성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과정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마케팅의 각 차원에 적용해보겠습니다.

(디지털)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의 작동원리

  1. 발견(콘텐츠 스윗스팟, 키워드 리서치 등)
  2. 제작(콘텐츠 제작)
  3. 배포(고유매체, 이메일, 외부매체, 소셜 미디어 …)
  4. 배포(링크와 사이트 내 활동)
  5. 전환( 사이트 신뢰도 상승. 고객 및 검색엔진)
  6. 전환(검색순위 상승 및 오가닉 바이럴)
  7. 분석하기(오디언스 페르소나 강화)
  8. 발견(콘텐츠 스윗스팟, 키워드 리서치 등)

작동원리 사례 - 밸러스트아이앤씨

밸러스트아이앤씨는 ‘콘텐츠 마케팅 플라이휠을 만들었을 때 사업이 가능할까’를 실험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적용하여 보았습니다. 물론 회사에 대한 판단 상 배포은 최소화하고 위의 프로세스 중 여러가지가 간소화되어 있거나 다른 과정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광고홍보와 이벤트라는 차원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확장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어쨌든 밸러스트에서 콘텐츠 마케팅의 플라이휠을 나름대로 만들어서 동작해보니, 투입에 비해 효과는 매우 큽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산성 이라고 부릅니다. 이 플라이휠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2년여의 시간, 이 시간비용에 대한 자본, 시장성에 대한 판단과 판단에 대한 신뢰, 일관성 등 입니다. 이처럼 근본적인 작동원리에 기반한 플라이휠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이것을 발전시키기는 점점 쉬워집니다.

밸러스트 콘텐츠 마케팅 사례

광고 홍보

광고홍보의 작동원리

  1. 배포(각종 온오프라인 매체 광고집행)
  2. 전환(메시지에 따라 의도된 고객의 행동)
  3. 전환(인지도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접점 마련. 팔로워 구독자 등)
  4. 분석하기(광고 내용과 집행매체에 따른 반응 데이터)
  5. 발견(더 적합한 광고 제작, 집행, 홍보방식)
  6. 제작(광고 콘텐츠, 보도자료, 기사거리)
  7. 배포(광고, 언론보도)
  8. 전환 …

작동원리 사례 - 임O리

임O리는 초기에 오가닉하게 오디언스와 고객을 유치한 후 광고 홍보를 잘 활용하며 성장한 사례입니다. 그리고 최근의 여러 문제 상황 역시 광고 홍보의 원리가 작동하고 적용되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시장성과 확장성 중 시장성 없이 확장성에만 치중할 때 생기는 일의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강화하는 스토리 대신 약화하는 스토리가 등장했고, 임O리가 기존에 의존했던 마케팅의 배포력은 이렇게 나쁜 스토리도 빠르고 강하게 배포시켰습니다. 게다가 언론의 주목까지 받고 기자회견도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련에 과정에서 고객은 (역)전환했고 여기에 가속도까지 붙었습니다. 임O리과 관련하여 2019년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에서, 임블리가 광고 홍보라는 차원의 마케팅 활동을 적게 해왔던 회사라면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생각해보면 광고 홍보 라는 마케팅의 차원의 속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이벤트의 작동원리

  1. 배포(행사 광고)
  2. 분석(관심있는 타겟고객 규명과 분석)
  3. 발견(타겟고객의 전환을 높이는 광고 콘텐츠와 광고집행방식)
  4. 전환(행사 관련 안내, 참가자 문의 응대 등)
  5. 분석(참가자 관심, 니즈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
  6. 제작(행사, 전시, 박람회, 강연회, 런칭쇼, …)
  7. 전환(고객정보)
  8. 발견

이벤트에 대한 간략 코멘트

이벤트는 밸러스트의 전문영역이 아니어서 작동원리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나 자세한 설명이 힘듭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벤트에서 마케팅의 다른 차원과 연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벤트의 목적을 세일즈와 고객유치로 좁게 잡기보다는, 나머지 차원의 마케팅의 제작, 배포와 전환을 위한 연계활동이라고 확실히 인식하고 활동하면 더 좋습니다. 이벤트에서 얻은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여 광고성 메시지를 뿌리는 것은 이 활동의 안 좋은 예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안 좋은 부분은 단지 광고성 메시지의 인게이지먼트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광고성 메시지를 뿌리기 전에 이벤트를 통해 얻은 고객 인사이트를 다른 이벤트나 콘텐츠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고객의 전환과 유지율이 높아질 것입니다.

미래의 마케팅

마케팅의 세 가지 원리에 대한 이번 글에서는 콘텐츠 마케팅, 광고 홍보, 이벤트 라는 세 가지 차원의 기저에 있는 작동원리와 적용 예를 보았습니다. 각각에 대해 조직과 사업에 맞는 플라이휠을 만들고 꾸준히 개선하며, 세 가지 차원을 연계하여 마케팅활동을 하되, 인게이지먼트와 콘텐츠 마케팅을 중심에 놓으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성공 확률이 높은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여기에 들인 시간, 노력, 자원은 손쉬워 보이는 다른 방법에 비해 값어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