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마케팅이 생각만큼 잘 안 되는 이유

 

모델의 중요성

마케팅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모델은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주변의 모든 현상을 모델로 이해합니다. 모델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냅니다.

지금 보시면 화면에서 글자들의 픽셀 구성이나 글씨 색, 혹은 글자들의 모양 등을 신경 쓸 것 없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글씨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델의 한계 : 세계지도

세상 모든 것이 모델이지만, 또다른 예로는 지도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세계 지도는 모두 잘못되었습니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지도는 16세기에 만들어진 메르카토 지도입니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지 100년 후에 나온 것입니다. 이 지도는 당시 세계 탐험과 식민지화를 활발히 하던 서양 북반구를 중심으로 세계를 표현합니다. 메르카토 지도의 대표적인 왜곡은 북미와 유럽이 실제보다 크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메르카토 지도에서 북미대륙은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가 2배 가까이 큽니다.

현재 많이 사용하는 메르카토 지도(그림: 현재 많이 사용하는 메르카토 지도)

실제면적을 반영한 지도(그림: 실제면적을 반영한 지도)

그렇다고 메르카토 지도 대신 면적을 정확히 표현하는 지도를 쓰면 또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땅의 모양이 왜곡됩니다. 결국 구 형태의 지구를 평면인 종이에 표현하려다보니 생기는 일입니다.

지도 라는 모델을 예로 들었지만 모든 모델은 마찬가지입니다. 현상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모델은 없고, 일정부분의 왜곡이 생깁니다. 이렇게 왜곡과 오류가 많지만, 모델은 우리가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게 해줍니다.

 

모델의 한계 2: 아담 스미스의 화폐경제 모델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이라는 것이 없던 시절에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화폐경제의 모델을 설명하면서 전근대의 물물교환을 예로 많이 듭니다. 아담 스미스의 책을 읽다보면 근대 이후에나 화폐경제가 제대로 탄생했고 그 이전에는 모두 기본적인 물물교환에 의존하여 살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정을 당연히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매우 다릅니다. 수천 년 전의 고대문명에서도 화폐는 물론 지금과 비슷한 신용 시스템이 존재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역사에 대한 이해부족 및 모델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것들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왜곡된 것입니다.

 

마케팅 모델이 생각만큼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구매과정에 맞춰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내용을 정해 실행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구매여정 파악이 매우 중요합니다.

구매여정은 여러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구매여정을 나누는 각각의 방식이 모델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인지-고려-구매 로 나누고 누군가는 인지-흥미-고려-구매로 나눕니다. 비교하기나 구매 후의 활동을 구매여정에 포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건, 마케터들은 고객이 어떤 과정으로 구매에 이른다는 모델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각 과정에 맞는 콘텐츠와 채널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모델에 맞춰 일을 하는 마케터의 비율은 저의 경험상 생각보다 적습니다. 하지만 소위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마케팅도 다 나름의 모델이 깔려 있습니다.

명시적인 모델을 갖고 마케팅을 하건 아니건,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합니다. 바로 ‘생각보다 마케팅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마케터가 비슷한 문제를 겪는 이유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마케팅 모델”의 근원적 한계와 마케팅의 원리에 대한 전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아서 입니다. 우리는 구매과정의 비선형적이라는 사실을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구매여정의 비선형성

우리는 구매여정이라는 마케팅 모델을 적용할 때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합니다. “고객이 구매여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다음단계로 진행한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요? 온라인 뉴스나 소셜미디어에 나오는 광고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런 광고를 올린 마케터나 회사의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온라인 뉴스나 소셜 미디어 중간 중간에 나오는 광고 콘텐츠를 보고(노출), 클릭하고(관심), 랜딩페이지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고(고려), 문의를 하거나 구매를 한다 .

(그림: 현실과 생각은 많이 다르지만, 그것을 알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이 이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마케터의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광고를 보고 관심은 있지만 갑자기 다른 것이 더 눈에 띄어서 클릭을 하지 않기도 하고, 구매를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하다가 판단을 유보하기도 합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두거나 페이지를 즐겨찾기까지 했지만 그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주변적인 이야기: 구매과정이 단순하고 관여도가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 문제가 약간은 덜합니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는 대부분 노출이 많이 되고 인지가 많이 될 때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의 마케팅도 단순하게 인지도 싸움으로 생각하고 관행대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간다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제품 자체만을 놓고 보면 구매과정이 단순할지 모르지만, 맥락을 확장하면 구매여정이 복잡해지는 것은 똑같습니다. 커피음료를 마케팅할 때 경쟁사보다 노출을 많이 하는 것은 예산이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고객은 편의점 매대에서 커피음료를 잠깐 보다가 다른 건강음료를, 그냥 물을 선택하는 때도 많습니다. 코카콜라 같이 마케팅 걱정이 없어 보이는 회사들이 미래의 마케팅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장기 전략을 세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 때문에 리마케팅이 각광을 받지만, 현실에서 리마케팅이 실행되는 수준은 이상에 한참 못 미칩니다.

 

마케팅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

입체적인 마케팅 활동

특정 플랫폼이나 특정 방식 내에서의 효율만을 따지면 안 됩니다. 더 큰 그림을 보고 입체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고객이 구매에 이르는 과정은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에 맞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합니다. 똑같은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용도를 더 세분화해야 합니다. 또한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수많은 틈새 채널들을 발굴하고 실험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채널이라고 고객이 많이 쓰는 채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똑같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등을 이용해도 다른 채널/다른 마케팅 활동과의 연계를 고려하면 효과가 증폭합니다. 모든 마케팅 채널과 활동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실행하며, 상황에 따라 전략을 점검하고 바꿔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입체적인 마케팅입니다.

 

밀어내기식 광고 대신 훌륭한 콘텐츠

우리의 주의력은 매우 짧습니다. 주목받고 기억되기 위해서는 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훌륭한 콘텐츠는 때깔이 좋고 예쁜 콘텐츠가 아닙니다. 훌륭한 콘텐츠의 핵심은 관련성 입니다.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잘 파악하고, 해당 영역에서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캠페인 중심 마케팅 탈피 – 프로세스 구축과 최적화

어떤 모델과 가설이든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테스트와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마케팅에 들어가는 자원은 비용이 아니라 회사의 자산이 됩니다.

단기 캠페인은 이런 방식의 마케팅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2-3개월의 캠페인으로는 구매과정의 복잡함을 이해하고 적용하지 못합니다. 요즘들어 더욱 중요해진 고객유지와 반복구매까지 생각하면 짧은 시간에 예산과 자원을 집중하는 캠페인 방식은 적용 범위가 좁아집니다.

 

데이터는 분별있게

마케팅에서 데이터는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합니다. 고객의 행동은 비선형적이고 복잡합니다. 데이터 역시 고객 행동의 단면을 보여줄 뿐,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모두 완벽하게 분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에서 의미 있는 지표는 3가지 이내입니다. 상황과 전략, 목표에 맞춰 중요한 지표들을 선별하고 참고해야 합니다.

 

조바심을 버리되 방향을 계속 확인하기

마케팅 모델이 비선형적이라는 말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시간이 걸립니다. 콘텐츠를 통해 인바운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실행하게 된다면, 실행 후 6개월 정도는 있어야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이 과정에서 중도포기를 하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합니다.

빠르게 결과를 재촉하기보다는 처음 설정한 방향이 맞는지, 이를 뒷받침할 지표가 있는지를 찾아서 확인하고 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마케팅 모델에 내재한 한계와 비선형성을 이해하여, 한 차원 높은 입체적 마케팅을 실행하고 자산화하는 과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