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브랜드와 브랜딩

강력한 식품브랜드 크라프트 하인즈는 올해 초 스스로의 브랜드가치 평가액을 20조 가까이 줄여서 평가했고, 기업의 주가는 2년전의 반도 안 됩니다. 이 사례를 통해 디지털시대 브랜드의 의미, 브랜드를 강화하는 활동은 무엇인지, 이것을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이야기합니다.

크라프트하인즈와 브랜드의 쇠퇴

워런버핏의 실수 - 크라프트하인즈

4년 전 워런 버핏은 크라프트 하인즈 주식을 10조원 어치 정도 샀습니다. 그리고 지금 크라프트 하인즈 주가는 버핏이 살 때에 비해 반토막, 2년 전에 비해서는 60% 넘게 내려갔습니다. 버핏은 인수합병으로 주식을 산 것이라 거래 조건이 훨씬 유리했고 가격도 그나마 싸게 샀지만, 버핏을 보고 유가증권시장에서 크라프트하인즈 주식을 산 후 계속 보유한 한계투자자(marginal investor. 더 좋은 우리말 표현이 분명히 있을텐데 지금은 생각나지 않습니다)는 버핏보다 손실율이 더 클 것입니다.

크라프트

버핏이 크라프트하인즈 주식을 살 때, 저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은 버핏의 전형적인 투자 형태라고 보았습니다. 버핏은 해자가 있고 이것이 오랫동안 유지될 기업에 투자하여 성공한 경우가 많습니다.

해자

해자란, 성 주변을 둘러싼 도랑 입니다. 성 주변의 도랑이 깊고 넓을수록 적이 침입하기 어려운 것처럼, 기업에서는 경쟁자의 활동에도 매출과 이익을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늘려갈 수 있는 능력을 해자 라고 합니다.

크라프트하인즈의 해자는 식품업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 크라프트하인즈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브랜드를 통해 얻는 유통의 용이함과 거래의 유리함 등이 있을 것입니다. 4년 전에는 nobrainer로 보였던 크라프트하인즈는 지금 와서 보면 실수가 된 것 같습니다. 버핏도 완전한 실수라고 인정하진 않지만, ‘너무 비싸게 샀다’고 말한 바는 있습니다.

크라프트하인즈의 브랜드 가치 상각과 주가폭락

크라프트 하인즈의 주가는 2년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화제가 된 것은 최근입니다.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18조원 정도를 손실처리했고, 이 손실처리의 내역은 브랜드 가치평가액을 줄인 것입니다. 이 내용과 약간의 실적부진이 합해져, 실적발표 당일 하루에 주가가 25% 내려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브랜드 가치 평가 라는 것은 믿을 것이 못 됩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광고와 마케팅 업계에서 많이 참고하는 인터브랜드의 브랜드가치 발표자료 같은 것은 가치산정 방식을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아무 근거도 의미도 없는 장난질(Bullshit)임이 쉽게 드러납니다.

달라진 고객

크라프트 하인즈가 스스로 브랜드가치를 손실처리한 이유, 매출과 이익이 생각만큼 잘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신생기업과 PB제품 때문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은 예전처럼 마트에서만 물건을 사지 않을뿐더러, 마트들도 크라프트 하인즈에 의존하지 않고도 물건을 잘 팔, 그리고 고객에게는 더 만족을 줄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밀레니얼, 밀레니얼, 밀레니얼

이렇게 고객의 구매방식이 달라진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행동양식으로 설명할 수있습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물건을 사고, 브랜드보다는 가격대비 품질을 내세운 PB제품을 찾는 이유는 제 생각엔 두 가지 특성의 현상입니다.

온라인과 자란 세대인터넷과 함께 성장기를 보낸 밀레니얼 세대는 삶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에 의존하고 신뢰하며,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고 습득하고, 또 잘 믿습니다. 사고자 하는 제품의 상세 정보를 비교하여 더 나은 것을 선택하면 되지, 브랜드를 보고 나머지를 믿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안 사고 아마존 등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잘 삽니다.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없는 세대밀레니얼, 특히 서구 및 경제규모가 큰 나라의 밀레니얼은 인류역사상 가장 풍요롭게 자랐고, 가장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입니다. 반면 부모보다 더 돈을 벌거나 더 재산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도 너무 뻔히 보입니다. 비단 밀레니얼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50년은 지난 50년처럼 전세계 경제가 성장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2차대전 후 50년 간의 경제성장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특이한 것이었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강합니다. 즉, 이제는 더 아끼고 더 실용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됩니다(탕진잼이나 욜로 같은 반대 사례도 있겠지만, 이런 것도 고도 경제성장기에 사람들이 소비하던 패턴이나 규모를 생각하면 귀엽고 우스운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90년대, 얼마전까지의 중국 사람들의 소비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밀레니얼

브랜딩 전성시대와 몰락

크라프트하인즈 사례의 교훈은 ‘브랜드의 의미도 브랜드를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입니다. 해자는 깊지만 하늘에서 적이 날아오면 성은 쉽게 뺏깁니다.

브랜딩의 전성기와 과거의 브랜딩, 브랜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10여년 전에는 브랜딩 회사들이 소위 잘 나갔던 것 같습니다. 우선 어지간한 기업들이 이름을 바꾸고, 로고를 디자인하고 다시 만드는 데 돈을 많이 썼습니다. 이름과 로고를 포함안 부차적 시각요소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붙이는 자체에 꽤 많은 예산을 썼고, ‘우리는 이렇게 바꿨다’는 것을 알리는 광고와 홍보에도 돈을 많이 썼습니다.

이것을 생각해보면 브랜딩을 이루는 요소는

정체성의 시각요소 + 광고

입니다. 그리고 이것만 오랫동안 잘 하면 브랜드의 힘을 갖추기도 쉬웠습니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사람은 모두 눈앞에 보이는 것을 잘 믿고, 연예인이 눈앞에서 얘기하는 것은 더 잘 믿고, 믿는대로 쉽게 행동합니다. 특정 조건에 반사적인 행동을 잘 하기 때문에 특정 조건을 갖추면 됩니다. 정도의 차이일뿐,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파블로프의 개

제품을 잘 표현하고, 이것을 영향력 있는 매체에 광고를 많이하면 브랜드 파워가 생깁니다. 이렇게 안 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금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중 상당수는 오랜 기간의 광고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이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 누적한 것입니다.

과거 브랜딩 요소들의 장벽완화, 접근성 향상

제목은 어렵지만, 쉬운 얘기입니다. 예전보다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기 훨씬 쉬워졌고, 광고를 할 수 있는 채널도 훨씬 많아졌고, 일정수준 이상의 디자인이나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기도 쉬워졌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제품을 만들고 디자인하고 알리는 비용은 떨어지며, 떨어지는 데는 가속도가 붙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

브랜딩을 좁게 생각하는 경향

브랜딩을 이야기하려면 브랜드의 의미부터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브랜드의 힘은 무엇일까요? 고객 신뢰입니다. 흔히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파워가 있다’ 고 할 때 따라오는 의미는, ‘그 상표가 붙으면 혹은 그 회사가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것은 사람들이 더 잘 믿고 쉽게 사고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잘 바꾸지 않는다’ 입니다. ‘브랜딩’이라는 용어는 제품과 관련된 디자인, 이름과 컨셉의 정의와 구체화 정도의 개념으로 국한되어 통용됩니다. 즉 브랜딩과 마케팅을 상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이 성장하기 전에는 이 방식이 잘 통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은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모든 활동 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브랜딩의 새로운 정의

밸러스트가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은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한 차별화 요소의 규명과 개선 활동 입니다. 디자인, 네이밍, 컨셉 등도 여기에 포함되지만, 고객의 구매여정, 구매의사결정 시 정보를 얻는 채널과 방식, 구매 후의 반응과 행동, 구매 후 판매사의 행동에 대한 평가 등 구매 전후의 모든 과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메시지의 전달 역시 역시 예전에는 채널이 적고 일부 채널의 힘이 컸지만, 지금은 고려할 채널도 많고, 각자의/각각의 상황에 따라 채널과 예산배분을 더 깊이 생각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예측불가능한 영역이었던 입소문은 이제 인플루언서 마케팅 으로 어느정도 측정하고 대응하고 개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문화와 국가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힘이 정말 커졌습니다. 중국의 왕홍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편, 인스타그램 팔로워 200만명에게 티셔츠 35장도 못 판 미국의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모든 제품과 서비스, 문화권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다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경쟁상황에 따라 효율이 극히 떨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채널이든 현재 상황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브랜딩을 더 잘하는 방법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는 세 가지를 더 잘 이해할수록 유리합니다.

  1. 고객 이해
  2. 자신 이해
  3. 경쟁지형 이해

이 세 가지를 몇 가지의 이어진 질문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의 질문은 생각의 정리 없이 간단하게 써본 예일뿐입니다(생각의 정리를 하지 않고 질문의 예를 제시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상황과 사례 없이는 정확한 질문을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1. 메시지 전달과 커뮤니케이션의 어느 영역을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2.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 중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3. 너무 못하는데 적은 노력으로 큰 개선의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무엇인가?
  4.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인가, 훨씬 잘할 것인가, 잘 못 할 것인가?
  5. 나는 어느정도 수준으로 할 때 예산과 자원을 적절하게 쓰면서 효과는 클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고 해야 합니다. 스스로 찾기 어렵다면 이런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은 외부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국내 대부분의 광고 마케팅 회사들은 클라이언트와 클라이언트의 고객에 대해 이렇게까지 이해할 동기도, 체계도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

크라프트 하인즈의 브랜드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버핏은 이 회사를 단지 조금 비싸게 샀을 뿐, 잘못 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주식을 계속 갖고 있습니다.

저도 기존의 브랜딩 방식, 형태, 실무적 작업들이 필요 없다거나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브랜드를 인지하고 평가하고 구매결정을 내리는 방식과 과정도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케팅에서는 이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이 글 공유하기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linkedin
뉴스레터 구독하기

2주마다 밸러스트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