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트럼프 대통령의 하원 국정연설은 연설의 내용과 관계 없이 재미있게 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기립 장면입니다. 이 날은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서프라제트 운동(19세기 여성의 투표권을 위한 운동)을 따라 흰 옷을 입고 연설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래서 공화당 대통령인 트럼프의 연설 내용 중 어떤 내용에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기립하는지를 보는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눈치를 보다 옆 사람이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는 모습도 재밌었습니다.

국회의원은 해본 적이 없어 연설에서 기립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경험은 없지만, 공연을 보러가서 ‘어떤 때 기립을 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보며 사람들은 어떤 때 기립박수를 보내는지, 남이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나는 행위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기립박수 모델 이라는 재밌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립박수를 설명하는 모델은 마케팅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기립박수 모델 (Miller & Page, 2004)

아래에서 설명할 기립박수 모델의 내용은 기립박수모델 Standing Ovation Model 을 바탕으로 합니다. 내용을 보시면서 트럼프 연설 때의 기립박수를 염두에 두시면 이해가 더욱 쉽고 재미있습니다.

기립박수 모델은 기본적으로 동료효과(peer effect) 를 설명하는 모델입니다. 기립박수 모델을 구성하는 가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무대에서 일어난 일의 감동은 숫자로 표현가능하다. 이 숫자는 Q.
  2. 사람들은 무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신호 S를 받는다. 신호는 Q + 취향민감도(취향에 따른 가산점 혹은 감점) e.
  3. S 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일어선다. 이 수준은 T로 표현한다. (Threshold)
  4. 전체의 X% 이상이 일어서면 일어선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상황은

  1. 감동적으로 좋은 무대이거나 (Q와 S가 높다)
  2. 사람들의 감동에 대한 기준치가 낮거나 (T가 낮다)
  3. 관객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동조한다. (X가 낮다)

입니다.

관객이 100명일 때 기준치가 45이고 퀄리티는 35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취향에 따른 민감도는 15 입니다. 즉 사람에 따라 감동 점수(S)는 최저 20에서 최대 50입니다. 그리고 기준치가 45이기 때문에 기립은 거의 안 할 것 같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립박수모델 1

이 상황에서 기립이 좀 더 많이 일어나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면 될까요?

1.사람들의 취향 민감도가 크면 됩니다. 같은 것을 훨씬 좋게 보는 사람과 훨씬 나쁘게 보는 사람들이 똑같이 많이 오면 기립은 훨씬 많아집니다. 취향 민감도가 15인 대신 35라면 감동점수의 범위는 최소 0에서 최대 80입니다. 기립의 기준인 45를 넘어서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기립은 자연히 많이 합니다. 취향민감도에 따라 기립하는 비율을 계산해보면,

  1. 민감도가 15일 때: 530 = 16.6%
  2. 민감도가 35일 때: 3580 = 43.5%

가 됩니다.

2.남에게 동조하는 분위기가 더 많아지면 됩니다. 즉 주변의 X%가 일어났을 때 나는 마음에 안 들어도 일어난다는 기준이 변하면 됩니다. 만약 주변의 기립과 상관없이 내 소신껏 기립하는 사람이 전부라면 X 는 100 입니다. 주변의 1/4이 기립하면 나도 기립하는 상황이면, X는 25 입니다.

3.종합 위의 두 상황을 비교하면, 똑같은 무대를 해도 어떤 날은 관객의 15%정도만 기립하고, 다음날은 100%가 기립을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관객의 취향 민감도가 올라갔을 때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립박수모델 2

 

심화

여기서 무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관객 구성이 똑같아도 기립 비율이 변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우리의 시야는 제한되어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으면 전방 100도 정도만 보입니다. 즉 주변 관객이 일어나는 모습을 볼 때, 뒤에서 일어났는지 까지 두리번 두리번 하며 둘러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객석 어느 자리에서나 앞자리 가운데 쪽이 잘 보입니다. 따라서 앞자리 가운데 쪽의 기립박수는 나머지 객석의 기립에 큰 영향을 줍니다.

객석의 특성 때문에 기립박수 모델에서는 자리가 중요함

 

기립박수와 (인플루언서) 마케팅

잘못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폐해

여기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요즘 많은 사람들이 지칭하는 인스타그램 관련 마케팅보다 더 넓은 개념입니다. 사실 효과적인 마케팅의 상당부분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요소가 있습니다. 우리는 친구가 추천하는 식당이나 물건은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쉽게 지갑을 엽니다. 혹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홈쇼핑 등에 나와서 제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추천하면 좀 더 쉽게 해당 제품을 구매합니다. 지금은 시들해지고 있지만, PPL 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수지ㆍ정해인이라도 안 해”… 스타 덕보던 PPL 시대 저문다

또한 종종 뉴스에 나오는 네이버 카페에서의 조작과 가짜 아이디를 이용한 활동도 이런 동료효과/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일환입니다. 맘카페, 지역 카페 등에서 활동을 오래 한 사람의 아이디를 사서 광고에 이용하거나, 일정기간 광고와 관계 없는 내용으로 활동을 한 후 병원, 학원 등을 추천하는 방식은 이제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대명사가 된 인스타그램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상의 활동을 조작하여 생기는 문제와 피해는 최근 전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스타그램 슈퍼스타인 켄달제너가 3억원 정도를 받고 특정 페스티발을 홍보하고 티켓이 매진되었으나, 페스티발의 내용은 실망의 극치였습니다.
Fyre 페스티발이 보여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참사

지면과 맥락상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넘기겠습니다. 이 내용은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립박수 모델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기립박수 모델을 제시한 분들은 기립박수 모델이 선거에서 다음과 같이 활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In order to maximize the number of voters you will have, the ideas behind networks and standing ovations tell you what people to focus your efforts on. The networks “model” tells three major things of importance to the standing ovation model. First, that people do not belong to random networks, but to social networks because they are in cliques. The second is the small worlds network, which shows people having random friends and then friends who are nearby. The third is that people’s friends are more popular then they are. With the knowledge of these three things and know that the six degrees of separation has been proven in many ways, politicians and campaign managers can create an “ovation” (get the most votes). The trick here is to find people well educated on your campaign that are at the center of their cliques and have friends who are also at the center of their cliques. This way with their knowledge, people are more inclined to believe them (peer effects). Being at the center of a clique is beneficial because the information will travel quickly to a lot of people without any distortion to the information. 

내용을 요약해서 우리말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투표에서 지지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립박수 모델에 착안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세 가지다.

  1. 첫째, 사람들은 사회에서 동류집단을 이루고 교류를 맺는다.
  2. 둘째, 사람들은 한두다리 건너면 서로 연결되어 있다.
  3. 셋째, 누구나 자기보다 유명한 친구를 두고 있다.

기립박수 모델과 이것을 연결시켜보면, 후보자로서의 당신에 대해 가장 잘 알면서 집단 내에서 의견을 주도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람들이 움직이면 주변 사람들도 따라서 지지하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콘텐츠 마케팅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당신에 대해 잘 알면서 주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콘텐츠 마케팅의 충성 오디언스와도 비슷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폐해들은 주변에 영향을 주고 당신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추측되는 충성 고객을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돈 주고 사려 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이런 방식은 일시적으로는 통할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남는 것도 없고, 돈도 많이 듭니다.

마치며

에이전시로서 잠재고객들을 만나보면, 세상에 떠도는 여러 마케팅 방식들과 유행(fad)을 신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어떤 핫한 방식이라도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일뿐입니다. 훌륭한 마케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카드뉴스, 바이럴 마케팅 등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것들을 ‘전문’으로 한다는 회사들의 대다수는 마케팅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의 마케팅 목표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위의 모든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마케팅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려면:

  1. 제품,서비스,콘텐츠의 품질에 집중하자.
  2. 인플루언서의 의미를 좀 더 유연하고 넓게 생각하자.
  3. 충성 오디언스가 인플루언서다. (그리고 충성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고객 이해를 아주 자세히, 깊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