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업계를 장악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 – 배경과 의미

2017년 Ad Age의 광고회사 랭킹에는 특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2016년 매출 기준으로 컨설팅 펌인 IBM, 액센츄어, PwC, 딜로이트가 10대 광고 회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형 컨설팅 회사들의 광고 매출은 각각 3-4조원 정도입니다. 컨설팅 매출의 5~10% 정도이지만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광고 에이전시로 떠오르는 배경

최근 Ad Age에서는 특집기사로 이 현상에 대해 소개하고 정리해놓았습니다.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컨설팅 회사들의 시장확대 이유는 아래 세 가지입니다.

사업 이해, 리서치, 전략

컨설팅 회사들이 광고 업계를 장악하는 배경은 밸러스트아이앤씨가 느끼는 기존 광고 마케팅 에이전시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들의 강점은 리서치와 전략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사업과 재무에 대한 이해가 밝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과 계획을 작성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줄어듭니다.

매체 구매 중심의 광고 콘텐츠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한 기존 광고 에이전시 모델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매체와 콘텐츠 소비환경이 바뀌고 소비자가 달라지면서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P&G의 디지털 마케팅 예산 대폭 삭감과 같은 맥락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제까지는 모두가 상황파악을 정확히 못 했지만, 이제는 디지털과 마케팅 전체의 패를 어느정도 뒤집어보고 이해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케팅에 대한 관점 전환

컨설팅 회사들이 마케팅을 맡을 때 명분을 잘 만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마케팅은 기업에서 “비용”으로 인식하는데, 컨설팅 회사들의 주요 업무 영역 중 하나가 비용 절감입니다.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컨설팅 회사를 고용하는 이유에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효과를 내는 서비스를 제공하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합니다.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 문제의 해법이 컨설팅 회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케팅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바꿀 수 있으며, 콘텐츠 마케팅은 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 풀리지와 로버트 로즈의 신간 “Killing Marketing”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인맥과 기타 수단을 동원한 불공정 경쟁

컨설팅 회사들의 급부상에는 어둡고 불투명한 배경도 작용합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대개 컨설팅 회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고, 컨설팅 회사들의 임원들과 기업들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서로 학맥과 인맥으로 얽혀 있기도 합니다 . 기존 에이전시가 치열한 경쟁 PT를 통해 선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들은 임원 급에서 “꽂아”주는 식으로 선정됩니다. (이 대목에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케팅의 영역이 크리에이티브를 끼얹은 광고 메시지 살포를 훨씬 넘어서게 된 지금, 컨설팅 회사들이 기존 중소규모 에이전시를 인수하여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봅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약점 –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들은 분명한 약점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강점인 리서치, 전략, 데이터라는 빛이 있다면 크리에이티브와 문화 면은 이 빛이 만들어내는 그늘입니다.

기업과 고객은 어떤 식으로든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가 조합된 콘텐츠를 통해 만나고,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크리에이티브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마케팅과 광고 서비스를 위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들을 인수했지만, 단순 인수로는 많이 부족할 것입니다. 그 이유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입니다.

  • 크리에이티브의 한계 효용 문제.
    • 좀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돈이 많이 든다
  • 우선순위의 문제.
    • 컨설팅 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만큼 크리에이티브에 신경을 많이 쓸 가능성이 낮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인력은 컨설팅 회사의 이등시민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문화적인 요인과 인재 구하기.
    • 컨설팅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를 하려면 문화 차이와 인력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 격차를 메울만큼 더 큰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에서 이를 위해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할 가능성이 적다.

전략/데이터 vs. 크리에이티브.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

컨설팅 회사와 광고 에이전시의 강점이 뚜렷이 구분되는 가운데, 이상적인 답은 사실 정해져 있습니다. 둘 다 뛰어난 것이 최고일 것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컨설팅 회사와 광고 에이전시는 각각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그림: 데이터와 크리에이티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인 마케팅일 것입니다.)

5년후, 10년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합니다. 컨설팅 회사가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보완하여 광고 업계를 완전히 장악할까요? 아니면 기존 에이전시들이 컨설팅 회사의 기능을 함께 제공하며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까요? 혹은 AI를 통해 전혀 다른 구도가 생겨날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 합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

IBM이나 딜로이트 같은 회사의 마케팅 서비스는 아직 일부 국가의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대형 글로벌 컨설팅 회사를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수는 극히 드뭅니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할 점이 많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밸러스트아이앤씨는 올해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여러 회사의 속내를 알게 되었는데, 잠재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다보면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작은 표본이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고객의 비즈니스나 사업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이 클라이언트를 먹잇감이나 ATM으로 보듯 비즈니스를 하는 대행사들의 행위를 많이 접합니다. 아래 셋 중 하나 이상의 모습입니다.

  • 마케팅과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고
  •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며
  • 투명하지 않고 기만적인 행위를 하면서 클라이언트가 모르면 그만이라는 태도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 겹 들어가보면 이렇게 단순히 치부할만하지는 않지만,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거칠게 표현해봅니다.

  • 키워드 광고 회사는 클라이언트 문제의 모든 것을 키워드 광고의 관점으로만 설명하고 키워드 예산을 늘리도록 유도합니다.
  • 콘텐츠 제작사들은 전체적인 마케팅 관점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쓰일지에 대해 고민을 크게 하지 않습니다.
  • SNS 대행사들은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지표로 클라이언트를 현혹하며, 편법적으로 지표 늘리기에만 치중합니다. 혹은 불필요한 콘텐츠로 예산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 퍼포먼스 회사들은 단기적인 퍼포먼스에만 치중하며, 본질을 흐리는 기술과 데이터를 갖고 마케팅 플랫폼들의 광고상품 판매 창구가 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분야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이런 행태를 보이는 대행사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이상의

(그림: ’13인의 아해가 도로 위로 질주하오’ 로 시작하는 이 시가 생각나네요. )

최근에 저희와 상담한 클라이언트 중 한 회사는 최근 새롭게 런칭하는 제품의 패키지 시안을 모바일을 통해 사전테스트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는 이 제품의 시장성공가능성이 좋게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패키지 자체도 아무런 엣지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제품과 패키지에 대해 고민해보시길 권하고 테스트 업무는 거절했습니다. 잠재고객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무리 효과적으로 광고 타깃팅을 해도, 사전테스트를 해도 좋은 결과는 얻기 어려울 것 입니다. 마케터의 고민이 없는 A안과B안을 A/B테스트화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컨설팅도 전통 에이전시도 어려워 하는 것 : 콘텐츠 마케팅

컨설팅 회사와 전통 에이전시의 대결 구도에서 흥미로운 중간 지대가 하나 튀어 나옵니다. 콘텐츠 마케팅 입니다. 기업들은 콘텐츠 마케팅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컨설팅과 전통적인 광고에서는 정확히 이 영역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마냥 크리에이티브도, 마냥 데이터의 영역도 아닌, 전체적인 프로세스입니다. 현재까지는 위에서 말한 전략, 크리에이티브, 데이터의 교집합이 실현된 형태가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컨설팅 회사와 전통 에이전시 모두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 서비스를 하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당연히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세상엔 쉬운 게 없죠).

일단, 명확한 미션과 오디언스를 정의하여 콘텐츠를 오랫동안 꾸준히 발행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로세스를 잘 구축해야 하며, 인내심도 필요합니다. 결정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에이전시를 이용해야 효과가 큽니다. 광고 캠페인처럼 에이전시가 단기간에 처리하고 해결해줄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을 수용한다는 것은 조직에서 사업과 마케팅에 대한 관점을 어느정도 전환했다는 의미입니다. 하루아침에 되기 힘든 일입니다.

고래싸움에서 살아남는 새우 되기

위에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기업은 글로벌 대형 컨설팅회사와 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케팅 업계의 지각변동을 통해 현재 마케팅 상황을 점검하고 비즈니스에 유리한 움직임을 취할 수는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알맞는 답은 없지만, 대략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 사업과 마케팅 모두 전략을 먼저 깊이 고민할 것 – 전략의 핵심은 고객 이해와 고객의 문제 해결
  •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찾았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꾸준히 해나갈 것
  • 마케팅 :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 되는 마케팅(a.k.a 콘텐츠 마케팅) 을 고려해볼 것

이것을 지킨다면 어떤 형태로든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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