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글 마케팅, 공감, 경쟁

지난 번 마케팅, 공감 경쟁 이라는 글에서는 1) 마케팅에서 경쟁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2)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는 데 공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 공감이 필요하다는 다소 모순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모순에 대해 더 이야기합니다. 공감과 경쟁 이라는 개념은 표면적으로는 모순적이고 대립됩니다. 하지만 경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보면 이 둘은 모순이 아닙니다.

경쟁의 두 가지 형태

우리는 경쟁 이라는 말에서 일종의 ‘싸움’을 생각합니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점유율 경쟁같은 표현에 항상 경쟁이 따라옵니다. 이런 종류는 물론 경쟁의 주요한 형태입니다. 그러나 경쟁에는 또다른 차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경쟁의 다른 차원은 무시하고 간과합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경쟁은 힘의 경쟁,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또다른 차원은 영역 경쟁 이라고 하겠습니다.

힘의 경쟁

힘의 경쟁은 말 그대로 같은 기준 아래서 누가 더 힘이 센지를 겨루는 일입니다. 학교 시험, 공무원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사람과 99점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100점을 받은 사람이 이깁니다. 99점을 받은 사람이 아무리 더 시험에서 다루는 내용을 더 잘 이해하거나, 해당 직무에서 능력이 높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경쟁은 점수와 양으로만 결론이 납니다.

영역 경쟁

영역 경쟁은 기준보다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다시 표준화된 시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학교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평가하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뿐입니다. 대학입시 전국수석이라고 수십년 후 자기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나 업적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이 상관관계는 오히려 좀 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야나 영역이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에 눈에 안 보이는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처럼, 혹은 우리가 세계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지구는 우주 전체에서 티끌 하나보다도 작은 것처럼 말입니다. 영역 경쟁은 남들이 잘 안 보는 작은 영역과 틈을 찾고, 관련된 활동을 하여 이 자리를 차지하는 일입니다.

(학생의 예를 들면 공부로 전교1등은 힘들지만 누구나 남들보다 훨씬 잘 하는 일은 있습니다. 그게 꼭 운동, 노래, 그림 같은 어떤 분야일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공부 과목 중 하나일 때도 있고, 연필을 돌리는 것이든 정리를 잘하는 것이든 무언가는 있습니다. )

힘의 경쟁과 영역경쟁의 역학

경쟁 없이 모두 잘 사는 사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인류 역사상 아직 이것이 성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가장 발달한 경쟁 시스템인 자본주의 사회는 수많은 문제점과 부작용도 있지만 인류의 삶의 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인 방법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도 힘의 경쟁과 영역 경쟁으로 많은 부분이 설명됩니다.

힘의 경쟁이 유리한 경우

어떤 분야의 시장이 이미 성숙하고 더 이상 변화가 없을 경우, 힘의 경쟁이 통합니다.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표준화된 시험 하나인 경우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이 가장 학업 성취도가 높다고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업에서는 확실한 토대를 갖춘 제품이나 서비스가 빠르게 유통망을 늘리거나 시장을 늘려가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영역 경쟁이 유리한 경우

힘의 경쟁과 영역 경쟁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비유는 혁신기업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혁신기업이나 혁신산업들은 모두 기존 힘의 경쟁 체계에서 살짝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여 확장한 경우입니다. 어떤 회사도 전적으로 힘의 경쟁만을 하거나 영역경쟁만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영역이 확고히 구축된 기업들은 해당 영역에서 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며, 이런 영역이 없는 기업들은 새로운 영역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됩니다.

힘의 경쟁과 영역 경쟁의 차이

마케팅에서 힘의 경쟁과 영역경쟁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의 경쟁은 광고비 경쟁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마케팅의 모든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기업들은 의외로 마케팅에서 극단적인 효과나 효율을 내기 힘듭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광고비 지출이 많은 기업이 아마존과 P&G 라는 점은 이 사실을 증명해줍니다. 아무리 효과와 효율을 추구한다 해도, 인지도도 최고이고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 해도, 더이상 찾아갈 영역이 별로 없기 때문에 힘의 경쟁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영역경쟁

기업의 규모와 마케팅 예산 분포를 봤을 때, 힘의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1% 미만, 어쩌면 0.1%미만입니다. 나머지 0.1%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느정도는 힘의 경쟁, 어느정도는 영역 경쟁을 해야 합니다. 영역 경쟁은 오디언스 영역과 채널 영역으로 나뉩니다. 오디언스 경쟁은 비즈니스와 연관됩니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할만한 사람들의 합이 시장 입니다. 그리고 이 이 시장은 오디언스와 일치합니다. 채널에서의 영역은 쉽게 말해 새로운 채널입니다. 페이스북이 급성장하는 초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성장하는 시기에 이런 채널에 마케팅 자원을 투입하여 인지도를 쌓고 인게이지먼트를 높인 회사들은 채널에서의 영역 경쟁을 잘 한 것입니다.

콘텐츠 마케팅, 그로스 해킹과 영역경쟁

영역 경쟁은 콘텐츠 마케팅을 포함하여 극단적으로 높은 ROI를 내는 여러 작은 분야들에 어울립니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말하는 ‘스윗스팟’은 사실 영역 경쟁에서 영역을 규명하고 차지하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특정 오디언스 영역에 대한 얘기는 아니지만, 오퍼레이션과 광고 시스템의 빈 틈을 빨리 찾아 남들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활동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마케팅 영역경쟁의 쏠림현상

마케팅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기업들은 당연히 영역경쟁에도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채널과 오퍼레이션이 영역경쟁의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마치 경쟁은 힘의 경쟁만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것처럼요.

채널 영역 경쟁 : 포화되기 쉬운 영역

영역 경쟁에서 좋은 영역이란 남들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채널 영역, 혹은 그로스 해킹의 영역은 이런 점에서 근원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 영역은 발견되는 동시에 모두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인스타그램의 이용자가 급증하고 광고효과가 좋으면 모두가 인스타그램을 고려합니다. 최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유튜브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을 통해 노출할 수 있는 메시지의 총량은 고정되거나 느리게 증가하는 반면 메시지를 노출하고 싶은 광고주들은 급증합니다. 따라서 그로스 해킹을 적절한 때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오디언스 영역 경쟁

오디언스 영역 경쟁은 채널 영역 경쟁과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특정 문제(관심사)를 갖는 특정 오디언스를 잘 찾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소위 제품과 시장의 핏, 시장성 의 문제입니다. 이것도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케팅을 넘어 사업 전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디언스 영역경쟁은 채널영역경쟁처럼 이전투구를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오디언스를 찾고 심도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은 모두가 어렵게 느낍니다. 하지만 이 활동을 근간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존재 의미와 가치 자체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밸러스트의 경험 상, 오디언스 영역 경쟁을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담당자들은 대개 마케팅 부서의 말단에서 광고 집행에만 신경쓰거나, 회사의 성장보다는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거나, 회사의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쟁은 제로섬 게임인가?

흔히 생각하는 경쟁은 제로섬 게임입니다. 이긴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험점수로 순위를 매기는 대학입시에서는 누군가의 순위가 높으면 누군가는 순위가 낮게 되어 있습니다. 운동경기나 전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승패에 따라, 대개 한 쪽은 이득을 보고 한 쪽은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영역경쟁은 제로섬 게임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기업이나 단체가 세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라 할 때, 세상의 문제는 정해져 있고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역은 영토처럼 한정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계속 바뀌는 개념입니다. 특히 오디언스 영역 경쟁은 사업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내용을 잘 정리하여 잘 전달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힘의 경쟁에서는 밀리는 상황이이도 경쟁 일반에서는 앞서갈 수 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마케팅을 잘 한 사례들은 영역 경쟁을 잘 한 사례와 많이 겹칩니다. 그리고 콘텐츠 마케팅과 그로스 해킹의 핵심 메시지도 영역경쟁으로 쉽게 설명됩니다.